벨뷔 Bellevue (1801m) -> 히말라야 브릿지 -> 트리코 고개 Col de Tricot(2120m) ->
미아 주산장 Refuge du Miage(1559m) -> 트휙산장 Auberge Truc (1720m) ->
레 콩따민 몽주아 Les contamine Montjoie (1167m)
몽블랑 일정 내내 비가 온다고 했는데 기상 예보가 틀리길 바랬건만 아침 텐트 문을 여니 이미 하늘에는 먹구름이 한가득이다. 비가 쏟아지기 전 텐트를 걷어야 해서 아침을 거르고 새벽 일찍 출발했다.
어제 길을 잘못 들었던 터라 다시 시작하기위해 벨뷔 쪽으로 걸어갔다. 벨뷔에서 다시 보자고개로 가기 위해 다시 GPS를 따라 내려가는데 너무 가팔라서 보니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이용되는 곳인 거 같았다. 이 가파른 눈 덮인 초원에서 알프스를 바라보며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기분은 어떨지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문이 꾹 닫혀있는 보자고개 산장과 레스토랑들을 지나 철도길을 따라 다시 가파른 임도길을 올라가니 하얀 옷을 입은 장엄한 비오나세이 빙하가 커다랗게 드러났다.
비오나세이 빙하를 앞에 두고 조금 지루한 수림지대를 걷다 보니 숲길 속에 숨길래야 숨길 수 없이 긴 '히말라야 브릿지' 만났다. 이때부터 비가 쏟아졌는데 굉음과 함께 쏟아지는 빙하 물소리와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는 않는 나무로 만들어진 흔들거리는 다리, 그리고 아래로 내려보면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계곡 절벽의 삼박자가 어우러져 웬만하면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는 나도 너무 무서웠다.(원래 다리를 싫어하는 오빠는 기겁을 했다ㅋㅋㅋㅋㅋㅋ)
히말라야 브릿지를 넘어서면 그때부터 트리코 고개로 가게 되는데 비가 계속 오고 해발 2000m 이상인 지대라 구름이 걸려 곰탕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오른쪽은 만년설이 덜 녹은 빙하에 왼쪽은 야생화가 깔린 오솔길을 오르막길을 오르는 길이였는데 날씨가 좋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너무 쉬워서 속상했다.(속상한 마음에 사진도 한 장도 안 찍고 입꾹 다물고 올라왔던...ㅠㅠ)
트리코 고개 언덕에 도착하면 가파른 내리막 아래로 미아 주 산장이 있는 산간마을이 보이는데 비오나세이 빙하가 감싸고 있는 산간마을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아주 절경이었다.
트리코 고개 해발 2120m 에서 미아 주산장 해발1559m 까지 뚝 떨어지는 급경사 이다보니 스위치백Switch back 형태로 지그재그 길이 나 있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려가는 길에 다행히 비가 그치고 미아주 산장마을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얼마나 마을이 이쁘던지 여기가 바로 천상의 화원이구나 싶어 좋아서 방방거렸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알록달록한 야생화들과 목초를 뜯어먹고 있는 소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마을 가옥들
그리고 혹시나 했던 미아주산장은 오픈!! 드디어 우리의 첫 산장이었다.
산장으로 들어가니 친절한 프랑스 직원이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난로가 피워진 산장 레스토랑 내부는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었고 비 맞으며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았다.
너무 배가 고파 따뜻한 커피와 직원에게 추천받은 메뉴 퐁듀를 주문했다.
여기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다고 느낀 건 여기서부터였을까, 샐러드 소스는 너무 짰고 미아주 산장의 베스트 메뉴라는 치즈 퐁듀는 견딜 수 없이 짰다. 결국 퐁듀를 몇 점 먹지 못하고 오믈렛을 시켜(먹을만했지만 그래도 짰다) 먹고 그나마 제일 맛있었던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다. (샤워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숙박객에게만 제공한다고 함)
밥을 먹고 마을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비가 그치길 기다려 보았으나 오늘은 계속 올 거 같다는 산장 주인 말에 이미 많이 딜레이되어버린 일정을 맞추기 위해 다시 출발했다.
미아 주 산장을 오른쪽으로 끼고 보면 몽 트휙 Mont Truc, 1818m 방향으로 가파른 오르막길로 TMB 이정표가 나온다.
30분~40분 가량 걸으면 트휙 산장이 나오는데 우리는 여기서도 안개가 가득 끼고 비가 와 사진 한 장 남기지 않고 내려왔지만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산장인만큼 너무 멋진 곳이었다. 후에 레 콩따민 마을에 들어가서도 이곳에 대한 미련이 남아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할 정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은 계속된 비로 호텔 숙박을 하기로 하고 제일 가까운 작은 마을 레 콩따민 몽주아 Les contamine Montjoie (1167m)로 하산했다.
1시간 반가량 내려가니 도착한 마을 입구. 운해로 가득 둘러싸인 정겨운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이곳도 뚜르 드 몽블랑 트레커들이 지나가는 곳으로 비수기인 지금 숙박시설은 모두 문이 닫혀 있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빗방울은 굵어져만 갔다..ㅠㅜ
다행히 식료품점은 문을 열어 잠깐 장을 보고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호텔이 오픈해 있음을 확인한 후 택시를 구해야 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정말 구세주였던 거 같다! 내가 마트 직원과 얘기하는 걸 들었는지 영국인 아저씨가 호텔이 어디냐며 태워주겠다고 한 것!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했는지.. 본인은 이곳에 살면서 자주 뚜르 드 몽블랑 트레킹을 한다며 차타고 가면서도 뚜르드 몽블랑 코스 설명을 해주고 날씨 어플과 경로 추천도 해주었다.
여행기간 동안 도움을 받았던 정말 고마웠던 외국인을 몇 명 만났는데 그중 정말 잊을 수 없는 영국인 아저씨였다.
도착한 마을은 겨울철에 스키 타러 사람들이 몰린다는 곳으로 숙박시설이 제법 있었는데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Vol Joly라는 낡은 호텔로 하루 한화 약 13만 원으로 주인아저씨 아줌마는 말은 많지만 매우 친절했고 맞은편 인도 레스토랑이 맛집이었다.
낡은 호텔이지만 부산을 떠나온 후 처음으로 들어온 숙박시설이라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나니 금방 녹초가 되었고 온몸이 쑤셨지만 다음날이 걱정이라 일정을 짜고 다시 들머리로 가는 택시를 예약하느라 한참 후에 겨우 잠이 들었다.
'몽블랑 Mont Blan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뚜르드몽블랑 TMB] 3일차 후반부, 낭보랑 산장에서 본옴므 산장까지20220602 (0) | 2022.07.12 |
---|---|
[뚜르드몽블랑 TMB] 3일차 전반부 트렐 라 떼뜨 산장에서 낭보랑 산장까지 20220602 (0) | 2022.07.11 |
[뚜르드몽블랑 TMB] 1일차 샤모니에서 벨뷔전망대까지, 첫 백패킹 20220530 (0) | 2022.07.07 |
[뚜르드몽블랑TMB] 알프스 여행의 중심 산악도시 '샤모니Chamonix' 20220530 (0) | 2022.07.06 |
[뚜르드몽블랑TMB] 알프스 대표 트레킹 코스 '뚜르드 몽블랑'을 준비하며 (0) | 2022.07.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