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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서 돌로미티 ] 둘째날, 비엘라 산장에서 세네스 산장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장에서의 브런치

by 강혜연 2022. 9. 21.
Rifugio Biella -> Rifugio Sennes

이슬에 젖은 텐트를 말리며

첫째 날, 숲 속에서 잠을 잤더니 밤새 이슬을 맞은 텐트가 촉촉하게 젖어버려 햇볕 잘 드는 곳에서 잠깐 사진 찍으며 말리고 가기로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지나 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 시작도 안 한 돌로미티 산행인데 길을 조그만 걸어가도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무거운 박 배낭에도 그저 즐겁기만 한 우리.  텐트를 말리고 길을 나서니 비엘라 산장까지 가파른 오르막 길이 이어졌다.  돌이 잔뜩 쌓인 풍경이 채석장에 온 것 같다며..ㅋㅋ

채석장에 온듯한 돌로미티

한 시간 넘게 걸었을까 드디어 어제의 목적지였던 비엘라 산장이 나왔다. 그리고 펼쳐진 풍경..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멋진 풍경이다'를 넘어서서 아예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던.. 미쳤다를 연달아하며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던 엄청난 풍경이었다.  우리가 올라선 곳 아래에 조그마하게 자리 잡은 비엘라 산장. 그곳으로 걸어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설레어 너무 행복했다.

다른세상에 온 듯한 돌로미티 풍경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돌로미티

비엘라 산장은 아주 작은 산장이였고 역시나  문은 닫혀있었다. 작은 산장 주위는 그저 돌과 산과 하늘로만 둘러싸여 마치 새로운 행성에 하나 남은 집 같아 보여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다시 와서 하룻밤 묵고 싶은 곳이었다. 산장 뒤편에 작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어 여기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했다. 오늘 아침은 수프에 빵. 아마 당분간 우리의 아침식사가 될 예정~! 

아침을 먹고 산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니 물수급 가능한 곳이 있어서 물도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 ~! 물도 잔뜩 채운 데다가 아직 음식이 빠진 상태가 아니라 배낭이 많이 무거운데도 풍경 보는 재미에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계속 평탄한 평지길이 이어져 쉬엄쉬엄 바위에 올라가 사진도 찍고 야심 차게 챙겨 온 베일 쓰고 신혼 느낌 나게도 찍어보고 (몰골이 엉망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이쁘게 나오지 않았다.. ;)

물 수급 중
사진찍느라 속도가 안났던
웨딩 느낌을 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풍경에 정신이 팔렸다는 핑계가 통하려나 내가  GPS를 들고 가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앞만 보고 가는 터라 또 샛길로 빠져버렸다. 몽블랑에서도 첫째 날 내가 길 찾아가다가 길을 잃고 그 후로 오빠가 지도를 못 보게 했는데 이번에도 이날 이후로 지도를 모지 못했다고 한다..ㅋㅋ다행히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오빠가 빨리 발견해서  살~짝 빠진 거라 크게 일정에 차질은 없었다. 든든한 울 오빠 ~

든든한 울오빠

그렇게 두시간 가량 걸었을까 세네스 산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이 돌로미티에는 우리뿐인 걸까 싶도록 아무도 만나지 못했는데 점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러닝을 하며 반갑게 인사하는 이탈리안 청년이 있어 혹시나 싶어 기대감에 세네스 산장이 오픈했냐 물어보니 이게 웬일 오픈하고 영업 중이라고 했다. 너무 기뻐서 두 번 세 번  땡큐를 외치고 달려간 세네스 산장. 크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돌로미티의 산장들인데 그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세네스 산장이 오픈했다니.. 산을 등지고 넓은 평야에 자리  잡은 세네스 산장이 눈에 들어왔고 역시나.. 왜 그렇게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산 위에 자리 잡은 이렇게 아름다운 산장이라니.. 배가 많이 고팠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산장을 배경으로 한참을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네스 산장
세네스 산장 앞에서

그리고 들어간 세네스 산장 내부는 더 크고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느낌이었고 직원들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내부도 너무 이뻤지만 당연 풍경이 제일 중요한 우리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음식과 함께 당연히 맥주를 주문했다. 스테이크와 오믈렛 그리고 토마토 스파게티와 함께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은 맥주 한잔. 기대 이상의 음식 맛과 퀄리티 거기에 완벽했던 맥주 한잔은 우리가 정말 신혼여행을 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양식을 싫어하는 오빠도 여행 내내 여기 음식은 다시 먹고 싶다고 할 정도.. 

완벽했던 브런치

 

유일하게 신혼여행 같았던 순간

이렇게 완벽 할 수가 있을까 감탄하며 음식을 다 먹은 후 너무 배가 불렀지만 이제 레스토랑에서 먹는 밥은 여기가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후식도 먹어야 한다며 커피와 조각 케이크 그리고 팬케이크까지 시켜 마무리했다. 스위스나 프랑스에 비해 또 한국에 비해서도 저렴하다고 느껴지는 이탈리아 물가였지만 여기서만 거의 15만 원 이상을 먹었고 제일 잘한 일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후식까지 완벽했던 세네스산장
기분좋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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